7년 된 내 구두 리뷰를 해보고 싶어지네요. 하필 비오는 날 결혼식 참석이 있어서 별 수 없이 구두를 신고 나갔습니다. 7년 동안 마치 운동화처럼 편안하게 저와 함께 했고, 오래 신었는데도 여전히 쌩쌩합니다. 명품도 아닌 저렴한 구두임에도 말입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우리 어렵게 만난 사이
7년 신었지만 쌩쌩하다
7년이나 저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물론 날마다 신고 있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신게 되는 구두이며 한 번 밖에 나가면 저는 도보량도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아직까지 신발이 많이 노쇠해지지 않았습니다.
구두를 착용하고 나서 저는 반드시 잘 털고 잘 닦아놓습니다. 신기 전날 밤에는 구두약과 못 쓰는 양말을 이용해 광도 한 번 전체적으로 내줍니다. 거의 그런 식으로 7년을 관리했습니다.
나름대로 애정을 주면서 신어서인지 아직도 이 구두는 쌩쌩합니다. 세월의 주름은 깊게 패였지만 갈라지거나 뜯겨나간 부분은 아직 없습니다. 구두 굽도 새 것 때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굉장히 많이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자신의 외모 관리를 하는 것과도 좀 비슷하네요. 저는 거의 꾸미지 않고 꾸밀 정도의 외모 또한 아니지만 깔끔하게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깔끔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구두 역시 저의 삶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관리를 받고 있었네요. 저도 제 구두처럼 곱게 늙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들면 정신 세계가 좀 이상해지는 사람들과는 달리.
웃고 울었던 날들의 기억
비오는 날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면서 버스 안에서 상념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7년 동안 구두를 신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갔던 때도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갔던 때도 있었고요. 씁쓸하게 퇴사하던 때도 이 구두와 함께였습니다. 사기를 당해서 난생 처음 형사 나리를 뵈러 가던 때도 이 구두를 신고 나갔습니다. 저의 열정과 절망 모두 이 구두에 깃들어있습니다. 저는 비밀이 없는 셈이네요.
비를 너무 많이 맞았지만 구두는 전혀 젖지 않았습니다. 튼튼한 녀석 같으니. 전날 밤 광을 좀 내줬더니 빗방울을 튕겨내면서 자기방어를 아주 잘해주었습니다.
지금은 장마 기간이라 구두는 아직 햇빛을 보지 못하고 대기상태에 있습니다. 눅눅해져서 축 늘어져있는 나의 7년 베스트 프렌드에게 하루 빨리 햇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냄새나 짜식아.
<마치며>
여기까지 7년 된 내 구두 리뷰를 해보았습니다.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일수록 소중한 대접을 받는 사람이 되는거겠죠. 닳아없어질 때가 오겠지만 그 때까지는 닦고 기름치고 사랑하며 신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