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결혼식 다녀온 나의 후기

사촌 결혼식 다녀온 저의 후기를 생생하게 들려드리겠습니다.

비도 오고 무더운 이 여름에 사촌 남동생 녀석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속도위반이라서 꼭 이 여름에 결혼을 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평소 잘 볼 수 없었던 친척들까지 사촌 결혼 덕분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왜 내가 설레이는거지

당연한 소리겠지만 저와 같은 싱글은 결혼식장 참석을 싫어합니다. 짝 없이 혼자 가서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고 나오는 절차가 멋쩍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사촌 동생의 결혼이라 도우미도 해줘야 해서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친 형의 차를 얻어타고 예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촌 결혼 사진 예식장 장식 모습

예식장에 들어서서 건물과 장식을 천천히 둘러보니 역시 결혼은 좋은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저도 결혼이 하고 싶어지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아요. 군데군데 있는 화려한 꽃 장식들을 보니 갑자기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결혼의 힘을 느끼다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랑(사촌)과 그 아버지(작은 아빠)를 만나서 인사한 후 저는 봉투를 받아주는 리셉션 들러리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결혼을 다소 민망해 했고, 아들은 크게 긴장하지는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어색한 광경이 저는 그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절대로 단 둘이 있을 때는 하지 못 할 투 샷 사진도 제가 찍어주었습니다. 

속도위반으로 임신을 해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결혼을 여름에 할 수 밖에 없던 것이었는데, 그 아이 덕분에 이렇게 부자 간에도 사이가 가까워진거네요. 

또한 사촌의 결혼식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모이지 않았을 친척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 친척이 그룹을 이루어서 사촌 결혼식에 등장했습니다. 그야말로 결혼 덕분에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리셉션에 있었던 덕분에 작은 아빠의 옛 와이프까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오신건데, 문 앞에서 결혼식을 힐끗 보더니 봉투만 주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며 도망치듯 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중간한 관계가 되어버려서 공공연히 결혼식에 참석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아들 결혼에 참석하지 못하고 아빠에게 인사도 못하는 엄마의 심정은 얼마나 쓰디 썼을까요.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만 결혼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성이 좋아보이는 신부 가족들

인간성이 메말라가는 요즘 시대에 신부 가족들은 대단히 인성이 좋아보였습니다. 인상 자체가 밝고 배려가 베어있는 듯 했습니다. 

엄청난 부자는 아닐텐데, 이번 결혼식 비용을 자신들이 대겠다고 자진했다고 합니다. 왜냐면 작은 아빠가 혼자 지낸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해주고 싶다고 먼저 조심스레 제안한거라고 합니다. 

사촌 결혼식 무대 뒤에서 부부를 찍은 사진

사촌 결혼 사진 단상 위 부부 모습

그런 좋은 부모들 덕분인지, 신부 역시도 표정이 밝고 인간미 넘치는 살가운 성격이 좋아보였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며 연신 하객들에게 와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아이가 3개월 후에 나온다던데 힘든 내색하지 않고 예식 내내 약간 코믹한 웃음을 띠며 유쾌하게 임하는 모습이 호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촌 녀석과 작은 아빠가 정말로 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큰 기대하지 않고 참석한 결혼식이었는데 직접 신부와 신부의 가족들을 보니 갑자기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인성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시 없을 가족 만찬

정말로 이산가족 상봉처럼 다시 없을 가족 만찬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촌 녀석의 결혼 덕분이었습니다.

20분 만에 쏜살같이 끝나버린 결혼식을 뒤로 하고, 축의금 봉투 계산을 마친 후 하객들과 함께 우리는 연회장에 식사를 하러갔습니다. 

저는 할 게 있어서 조금 늦게 갔는데 친척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사촌 결혼식 예식장 뷔페 음식 모습

결혼식 점심식사로 차려진 연회장의 뷔페는 예상 외로 굉장히 퀄리티가 훌륭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주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김치가 살짝 익은 것이 국산이었고,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당연히 왜 너희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느냐는 핀잔 비슷한 안부를 물어오셨습니다. 늘 그렇듯 저희는 헤헤 웃으면서 응답을 했습니다. 사촌 여동생은 이제 아이 둘을 가진 아줌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의 친 형은 머리가 대머리가 되었고, 여자 친구와 내년 쯤 결혼을 할거 같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오고 갔습니다. 크게 성격들이 살갑지 않고 오랜만에 봐서 약간은 어색한 친인척들이었지만 그래도 함께 모여 앉으니 금방 익숙한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게 핏줄이라는건가 봅니다.

큰 어머니는 나이도 많은 저에게 요새 물가 너무 높지 않느냐며 대통령 욕을 한 바가지 하시면서 5만원짜리 2장을 제 주머니에 억지로 찔러넣어주셨습니다. 제가 오히려 용돈을 드려야 되는데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저를 보는 게 큰어머니는 너무 안쓰러우신가 봅니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이럴 때는 애가 되어드려야 만족하실 것 같아서 감사하다며 멋쩍게 웃으며 돈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아, 빨리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것으로 베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촌 결혼식에서 만난 큰어머니가 주신 5만원 지폐 2장


구글에게

구글아, 너는 알고 있니.
너는 이 글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겠니.
이건 살아있는 경험의 집합이야.
내 복잡 미묘한 심정과 광고 키워드와 검색자의 정보 욕구가 하나로 만나는 교차로 같은 글이지.
잘난 체 하는 게 아니라, 이런 글은 누구도 쓸 수가 없어.
챗지피티가 따라할 수도 없는 찐득한 고유 경험이 녹아있는 글이지.
그런데도 너는 나를 알고리즘에 따른 검색 순위로 취급할텐가.
가치있고 살아있는 글을 너는 무슨 수로 정확하게 판별 할 수 있을까.
영원히 오래 남을 인간 고유의 가치를 네가 공정하게 평가할 능력이 있을까.
이 글이 무조건 좋다는 말이 아니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구글 네가 뛰어나니까 한 번 물어보는거야.

<마치며>

여기까지 사촌 결혼식 다녀온 저의 후기를 생생하게 들려드렸습니다.

오랜만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사촌의 결혼식장에서 경험했습니다. 인생이 항상 결혼식 같으면 좋을 것 같아요. 결혼의 힘을 듬뿍 느끼고 온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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